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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 모드에서 달리기의 짜임새가 살아난다
예기치 않은 일은 언제든 일어난다. 추운 겨울날의 경우에는 대개 폭설이나 기상악화 등이 원인이 된다. 신형 코나 시승회가 예정된 날 이른 아침, 생각보다 많은 눈이 내린다. 아니나 다를까 행사가 연기되었다는 연락이 온다. 네바퀴굴림 SUV라면 강행할 법도 하지 않나, 생각해 보지만 안전이 우선일 것이다. 게다가 예정된 코나 시승차는 2WD로 앞바퀴굴림 모델. SUV라고는 해도 도심형 콤팩트 SUV가 코나의 속성이다.
기상이 더 나빠지지는 않아 시승회는 그 다음날 진행되었다. 도로는 빠르게 눈의 흔적이 지워졌다. 속도전에 놀라 풍경도 움츠러든 모습이다. 일산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난 코나는 사진에서 먼저 본 모습 그대로 깔끔한 인상. 밝은 계열의 보디 컬러가 산뜻함을 더해주는 듯하다. 시승 코스는 파주의 한 카페까지 편도 38km 거리를 다녀오는 것. 제한 시간 2시간짜리 시승으로 요즘 현대차 그룹의 시승 패턴이다.
도로에 나서 달리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 세대 코나가 반대 차선에서 스윽 지나간다. 미러를 통해 사라지는 구형 코나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왠지 오래된 느낌과 더불어 전혀 다른 차를 보는 인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2세대 코나에서 1세대와 디자인 유사점은 거의 없다. 한 줄로 길게 이어지는 얇은 헤드램프는 스타리아, 그랜저에 이어 현대차의 새로운 얼굴로 자리 잡는 중이다. 제네시스의 두 줄 라인과 대조적인 시그니처는 이제 명확해졌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전기차 모델을 먼저 디자인한 다음 내연기관 모델로 디자인 범주를 확장했다는 점이다. 어쩐지 첫인상이 전기차 같아 보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동안 내연기관 디자인이 먼저이고 그 다음이 전기차였다면 이제 그 순서가 뒤바뀐 셈이다. 말하자면 자동차의 메인스트림이 전기차로 옮겨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디자인이지만 자세히 보니 헤드램프가 앞 펜더에, 리어 램프가 뒤 펜더에 감싸여 있다. 펜더는 바퀴를 감싸고 보호하는 부분인데 여기에 눈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좀 이상해 보인다. 물론 펜더를 확장한 디자인이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아니다.
코나는 가솔린 1.6L, 2.0L 그리고 1.6L 하이브리드가 먼저 출시되었고 전기차는 3월중 선보일 예정이다. N 라인은 고성능 엔진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N 라인 전용 스포일러와 알칸타라 시트 등으로 스포츠 감성을 높인다.
시승차인 코나 가솔린 1.6L 터보 2WD 오토 인스퍼레이션의 기본 가격은 3097만 원(개별소비세 3.5% 기준, 세제혜택 적용 후)이다. 여기에 적용된 옵션으로 보면, 보스 사운드(59만 원), 파킹 어시스트(98만 원), 와이드 선루프(59만 원), 빌트인 캠2(44만 원) 등이다. 모두 더하면 3357만 원이다. 또한 실내 컬러 패키지를 적용하면 20만 원이 추가된다. 옵션은 선택의 문제라 해도 소형 SUV를 생각하고 접근하기에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가격만 보면 현대차가 주장하는 한 단계 높은 기준, 소형 SUV의 롤 브레이커는 분명하다.
차체 움직임은 전반적으로 가벼운 느낌이다. 경쾌함보다 가벼운 인상은 소형 콤팩트 SUV의 꽉 찬 단단함보다는 조금 느슨하게 여유 있는 모습에 가깝다. 3세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다는 신형 코나는 이전보다 차체가 145mm 길어지고 휠베이스도 60mm 늘어났다. 한눈에 보기에도 차체가 커졌음을 알 수 있고 실내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치수적인 변화도 있지만 레이아웃이 주는 효과도 적지 않다. 기술적이고 영리한 디자인은 실제 사용 공간과 감성 공학적인 측면도 아우른다. 뒷좌석에 앉아보면 무릎 공간이 특히 여유가 생겼음을 확인하게 된다.
인터페이스는 익숙한 현대차 스타일이다. 전기차 디자인과 결을 같이 하는 깔끔한 레이아웃이 특징이 되어가고 있다. 앞서 신형 그랜저에서 선보인 칼럼식 기어 레버 디자인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같은 크기의 내비게이션이 통합된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는 그래픽과 폰트의 시인성이 좋다. 이 부분은 현대차가 특히 잘 하는 부분이어서 특별히 아쉬운 점은 없다. 다만 디스플레이가 조금 멀고 아래쪽으로 살짝 내려앉은 느낌이다. 보다 보면 시선이 약간 아래로 내려가는 부분도 있다. 이전 세대에 있었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오히려 더 필요해 보이는데,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스마트폰 충전 공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체적인 수납공간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센터 콘솔도 좁다. 회전형 컵홀더와 탈착식 격벽을 이용하면 공간을 폭넓게 쓸 수 있다는 건 반전이다. 스마트폰 충전 바닥에 쿨링 기능을 더한 것이나 폰을 거치대처럼 세울 수 있도록 설계한 것도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디자인이다. 여유 있는 도어포켓은 SUV의 유틸리티에 충실하고 글로브 박스를 열었을 때 조악해 보이는 플라스틱 소재는 흠이다.
스티어링 휠에 이제 H자가 새겨진 현대 마크는 없다. 요즘 트렌드에 맞춘 발랄한 디자인은 아래쪽 스포크에 연두색으로 포인트를 주고 송풍구 라인과 동반석 대시 패널에 끊어질 듯 연두색이 이어진다. 계기판 왼쪽 공간을 스피커로 구성한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가솔린 1.6L 터보의 최고출력 198마력, 최대토크 27.0kg·m 성능은 그대로다. 다만 자동 7단 듀얼 클러치 기어가 자동 8단으로 바뀌었다. 다이내믹한 성능보다는 효율성을 우선한 세팅. 복합연비 13km/L(17인치 기준, 18, 19인치는 12.2km/L)로 개선된 연비효율이 말해준다.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MCB)을 적용했다는 브레이크도 눈여겨 볼만 하다.
전반적인 소음 대책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로드 노이즈는 그다지 억제된 느낌을 받지 못한다. 윈도 노이즈 등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보다 하체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크게 느껴진다. 다만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트로 바꾸자 움직임이 사뭇 달라진다. 비로소 노면을 제대로 제압하며 달리는 느낌이다. 속도가 붙을수록 헐렁했던 움직임에 찰기가 더해진다. 앞바퀴굴림의 특성에 토션빔 서스펜션 영향도 엿볼 수 있다. 4WD를 선택하면 뒤 서스펜션은 멀티링크로 바뀐다.
부분적인 정체 구간이 이어지는 탓에 마음 놓고 달린 구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세차게 달려야 할 성격의 차도 아니다. 처음에 다소 짜임새가 부족해 보였던 달리기는 도로에 적응하는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었고 스포트 모드에서 한결 나아졌다. 요즘 잘 쓰지 않는 말, ‘새차 길들이기’라는 말이 오랜만에 생각난다. 승차감이나 소음이 좋지 않은 구간도 있고 썩 괜찮다고 생각한 구간도 있었기 때문에 함께 보내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 차를 구매할 의사가 있는가, 물었을 때, 흔쾌한 답을 내릴 수 없는 이유다. 얼마 전 다른 지역에서 볼 일이 있어 렌트카를 이용한 적이 있다. 그때 스포티지를 탔는데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마 다음에 그런 기회가 생기면 코나를 고르게 되지 않을까. 신형 코나와 첫 미팅에 대한 인상은 여기까지다.
Fact File | THE ALL NEW KONA 1.6
가격 3370만 원(옵션 포함 시승차 기준) 크기(길이×너비×높이) 4350×1825×1580mm
휠베이스 2660mm 엔진 직렬 4기통 터보 1598cc 가솔린
최고출력 198마력/6000rpm 최대토크 27.0kg·m/1600~4500rpm 변속기 자동 8단
연비(복합) 12.2km/L CO₂배출량 137g/km 서스펜션(앞/뒤) 스트럿/토션빔
브레이크(앞/뒤) 모두 디스크 타이어(앞/뒤) 모두 235/45 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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