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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에세이
‘꽃춤’ 이야기
이범헌, 화가
내가 생각하는 예술의 근원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조화로운 삶에 있다고 본다. 조화롭다는 것은 삶의 참된 가치를 찾아가는 일로, 서로 반목(反目)하지 않고 음해하지 않으며,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모둠의 의미를 이해하는 일이다. 우주의 원리와 자연의 섭리를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인간의 능력으로 닿을 수 있는 범위에서 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다홍색의 철쭉은 꽃말이 ‘사랑의 즐거움’으로 산등성이를 붉은빛으로 물들이는 모습은 정열적이다. 발걸음을 멈춰서 한참을 바라보게 되면 미움도 증오도 사라지게 만든다. 모든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절로 일깨워 주는 풍경이다. 만주와 남북한 산하에 집중적으로 서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각별하다. 생명과 사랑은 평화에서 시작된다. 남북의 산하에 피는 철쭉처럼 한민족의 사랑 한마당을 그리고 싶었다.
하나의 작품에서 각각의 감흥을 끌어내고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자신을 존엄하게 만든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서로 대립의 존재가 아니라 조화의 대상으로 인식하여, 정치적 이해관계로 반목을 지속하고 있는 우리 민족의 현실을 각인시키고 상생과 공영을 갈망하는 우리 민족의 염원도 표현하고자 했다.
그림이란 세상과 처음 만나는 곳에서 함께 살며 함께 부딪히는 다양한 사건들과 조화로운 삶의 희망이다. 세상의 이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꽃으로 분한 사람들 사이에 이어진 마음과 온갖 종류의 일에서 생겨나는 변화가 화려한 춤으로 드러난다. 정신을 모으고 삶의 가치를 이해하면서 꽃을 그리고자 하면 꽃을 그리고, 꽃을 그리면 사람이 보이고, 건물에 숨어든 세상의 속삭임이 들린다. 하트 모양의 궤적을 그리지만 그것은 하트가 아니라 하트처럼 생긴 세상의 크기다.
결국 ‘꽃춤’이라는 것은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는 상태를 뜻한다. 사물의 외관은 철쭉이며 하트 모양의 궤적은 춤의 흔적으로서 세상의 이치에 부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도구이다. 따라서 그림으로 드러난 선홍색 꽃잎과 녹색의 이파리는 자연과 동화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깊은 마음의 인식이다.
꽃이 핀다는 것은 뿌리와 줄기와 잎의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또한 햇빛과 바람의 동화작용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서로에게 가지가 되고 줄기가 되는 것, 꽃 한 송이 한 송이의 고유성을 잃지 않으면서 한 무더기 꽃으로 숲의 일부분이 되어 전체 생명을 연결하고 지속 가능한 아름다운 삶을 순환시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상호공존이고 조화이며 상생의 군무가 아닐까. 꽃이란 세상과 나와 당신의 조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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