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북

올 초부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은 단연 본디(Bondee)입니다. Z세대는 물론 밀레니얼 사이에서도 제법 입길에 오르내리는 걸 보니, 정말로 'MZ' 세대가 사용하는 앱이 맞습니다.

본디는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는 IT 기업 메타드림이 출시했습니다. 출시 4개월 만인 2023년 1월, 국내 양대 앱 마켓인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각각 '인기 앱', '무료 앱'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SNS 계의 깜짝 스타로 등극한 본디는 '쉰 떡밥'으로 전락할 뻔 메타버스 붐에 다시 불을 붙이는 것처럼 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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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의 메타버스 관련 상품들이 그러하듯, 본디 역시 아바타와 미니룸 시스템이 기본입니다. 이는 최소 20년 전의 SNS나 게임 상에서도 많이 본 모습이고요. 다만 본디는 친구 맺기 최대 인원 수가 50명이어서 더 프라이빗하다는 점, 친구가 아닌 다른 이용자들에게 랜덤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플로팅' 기능 등을 차별화한 부분으로 꼽고 있어요.

이 중 본디가 이용자들에게 소구하는 최대 장점은 폐쇄성입니다. 우선 기존 SNS들은 개방성과 연동성이 컸습니다. 일례로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한 '알 수도 있는 친구' 추천은 등장한 순간 이용자들을 소름 돋게 했는데요. 까맣게 잊고 있던 전 연인이나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까지 추천당하는(?) 경험은 신기함과 동시에 묘하게 감시 받는 느낌을 줬거든요. 본디는 진짜로 자신이 선택한 소수의 친구들과 가상세계에서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본디는 SNS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적극적 활용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동년배 MZ 인싸들은 다 본디 한다'는 말이 나올 수준이었죠. 그런데, 막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이 앱에 논란이 일었습니다. 먼저 본디가 중국 앱 스토어에서 크게 인기를 얻었다가 출시 한 달도 안 돼 사라진 SNS, 젤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는데요. 어느 정도는 사실입니다. 본디 제작사 메타드림은 지난해 5월 젤리를 만든 중국 기업 트루.리(True.ly)의 지적재산권을 전부 사들였거든요.

친구 50명 제한과 '찐친들의 아지트'라는 본디의 기본 콘셉트 역시 젤리와 유사해요. 젤리의 표어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의 우정 아파트'였습니다. 중국발 앱의 백도어 의혹이 끊임 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본디의 출신은 앱의 신뢰도를 떨어뜨렸습니다.

더불어 본디 탈퇴 러시를 부른 건 이 앱이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양이 과도하다는 점이었어요. 개인 휴대전화의 단말기고유식별번호(IMEI) 정보까지 수집 대상이었는데요. IMEI는 말 그대로 '고유한' 것이기 때문에 휴대폰 소유자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이며, 국내에서도 10여 년 전 쯤 논란 속에 '개인정보'로 인정받았습니다.필요한 경우, 이용자에게 동의를 받는다면 특정 앱이 IMEI를 수집한다고 무조건 위험하다고 볼 순 없어요. 하지만 본디가 하드웨어 식별을 목적으로 하는 IMEI까지 수집한다는 건 좀 의아한 대목이긴 해요. 특히 안드로이드 환경에선 하드웨어 식별자 사용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인기 급상승 속도 만큼 빠른 논란 확산에, 본디 측은 공식 트위터에 해명을 내놨습니다. 출신과 관련한 이야기는 의혹 그대로였습니다. 트루.리의 젤리를 본디로 재탄생시켰다는 것이었죠. 또 '본디는 유저 분들의 개인정보를 안전히 보호합니다'라는 항목이 눈에 띄는데요.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위하여 유저 분들이 동의한 목적과 범위 내에서만 (개인정보를) 이용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본디가 수집하는 정보는 여타 앱에서도 수집되는 통상적 정보고,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은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했죠. 하지만 과도하게 수집한다고 지적된 정보들을 '왜' 수집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네요. 과연 본디는 이 풍파를 극복하고 메타버스 시대를 다시 연 앱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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